'조지아 구금' 한국인 300여명, 미 행정부 상대 청구 절차 착수

지난해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전기차·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당국의 대규모 단속이 벌어졌다. 당시 구금된 인원은 475명이었고, 그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다.
광고 문의 · 300×250그로부터 1년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들 300여명이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행정 청구'를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행정 청구는 미국에서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 절차다.
노동자들을 대리하는 조지아주 한인 변호사는 CNN에 '연말까지 국토안보부(DHS)와 이민세관단속국(ICE), 관세국경보호국(CBP),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등 9개 연방 기관을 대상으로 청구 접수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 청구란 무엇인가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위법 행위를 이유로 배상을 구하려면, 곧바로 법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에 먼저 서면으로 청구를 제출해야 한다. 기관은 이를 검토해 수용하거나 거절할 수 있고, 일정 기간 안에 답이 없거나 거절되면 그때 비로소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절차는 소송의 '시작'이라기보다 소송에 이르는 문턱을 넘는 단계다. 청구 대상 기관이 아홉 곳에 이르는 것은 단속의 기획·집행·구금·이송이 여러 부처에 걸쳐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구인 규모가 300명을 넘는 만큼, 향후 소송이 제기될 경우 개별 소송과 집단적 처리 중 어느 형태를 취할지가 초기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1년 사이 무엇이 달라졌나
단속 직후 한국 정부는 전세기를 보내 구금자 대부분을 귀국시켰고, 양국은 단기 출장·기술 인력의 비자 체계를 논의하는 협의 채널을 열었다. 그러나 구금 과정에서의 처우 문제는 이번 청구가 제기되기까지 법적으로는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었다.
한국 국내에서도 이 사안은 계속 거론돼 왔다. 15일 현지 한인 사회에서는 '불법적으로 짓밟힌 권리에 대해 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미 행정부는 이번 청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통상 행정 청구는 비공개로 검토되며, 기관별 처리 기간도 제각각이다.
재외 노동자에게 남는 질문
이번 사안의 핵심은 특정 국적자에 대한 처우라기보다, 국경을 넘어 일하는 사람이 체류 자격 문제로 구금됐을 때 어떤 절차적 보호를 받는가라는 물음이다. 이는 한국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서 일하는 모든 외국 국적 기술·건설 인력에 해당한다.
본지는 이번 절차를 '배상액이 얼마가 될 것인가'의 문제로만 좁혀 보지 않는다. 아홉 개 기관을 상대로 한 청구가 실제로 어떤 사실관계를 문서로 남기게 되는지가, 금액보다 오래 남을 결과일 수 있다.
재한 화인 독자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체류 자격과 노동 현장이 분리되어 관리되는 구조에서는, 서류상 적법한 파견이라도 현장 단속의 판단에 따라 신병이 구속될 수 있다. 계약서·체류자격·현장 업무의 일치 여부를 스스로 확인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보호 수단이 된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아홉 개 기관이 연말까지 청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둘째, 거절 시 연방법원 제소가 어느 관할에서 이뤄지는지. 셋째, 지난해 단속 이후 논의된 비자 체계 개선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는지다.
